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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4 몽유병
  2. 2014.01.14
  3. 2014.01.12 오래된 말
  4. 2013.12.13 거울미로
  5. 2013.11.25 동행
  6. 2013.11.25 그리움
  7. 2013.07.27 이별한 자를 위한 소네트

몽유병

나는 눈을 뜨고 잠을 자요. 잠을 자면서 말을 해요. 말 중에는 잠꼬대도 있고 잠꼬대가 아닌 것도 있어요. 잠꼬대에는 목소리가 있고 잠꼬대가 아닌 말에는 목소리가 없어요. 목소리가 없는 말을 당신은 듣지 못해요. 당신이 듣지 못하는 말은 새벽같이 날 괴롭혀요. 새벽같이 날 괴롭히는 그 말은 목소리가 없어서 쫓아내어도 멀리 달아나질 못하고 이내 나한테 되돌아와요. 나한테 되돌아오는 그 측은한 말은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면 내 손바닥을 핥아줘요. 목소리가 없는 말을 타고 방을 나서 나는 바닷가로 가곤 한답니다. 바닷가엔 잠꼬대도 있고 잠꼬대가 아닌 것도 있어요. 나는 잠꼬대와 잠꼬대가 아닌 말들 사이를 헤매요. 시계도 없이 헤매다 보면 새벽이 밝아요. 새벽이 오면 바다안개가 잠꼬대와 잠꼬대가 아닌 말들을 한 데 섞어 경계를 지워요. 그러면 나는 꿈결같이 눈을 감아요. 나는 눈을 뜨고 잠을 자요. 정말 하고 싶던 말은 당신은 듣지 못해요.


2014.01



뱀발---

산다는 게 몽유병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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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어둡고 습한 방 바닥에 붙어 일어나질 못하고

그저 단 것만을 탐하는 제 몸을 일으켜

천장에 닿을 힘도 없이 늘어져서는 그래, 그래

할 힘도 없이 늘어져서는 아냐, 아냐, 그게 아니야

한낮에도 빛나지 않는 무채색의 눈동자로 그저 아니라고,

혀끝에 매달린 '아' 발음은 화살처럼, 아니 부러진 화살의

파편처럼 너의 신경에, 또 나의 시집에 총총히 박혀

투명하게 피 굳은 생채기에 신생대의 모기처럼 박혀

삭아지지도 못하고 부서지지도 못하고 있는데 그저

아니라고, 아니라고, 미안하지만 아니라고,

너는 빨간불이 켜진 건너편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는데

곰팡이 핀 콜라캔을 바라보며 나도 울고 있는데, 그저,


20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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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말

오래된 말은 이미 눅눅해질 대로 눅눅해져서,

솥에 넣고 밥을 지어 먹을 양이면

삼십 분도 채 안 돼 속이 꺼지고 마는 것이었다.


냉장고에서 몇 가지 비유를 꺼내 반찬이라도

해 먹는 날이면 그나마 허기는 덜하였지만,

'아'나 '어' 따위가 구분이 되지 않는 날에는

비위가 상해서는 추적추적한 방바닥에 엎드려

허기를 속이고,

자신을 속이고,


티비에서 신문에서 한 숟갈,

문 앞에 붙어 있던 찌라시를 떼어와 한 숟갈,

누렇게 바래진 시집에서 또 한 숟갈을 떠내어

이미 녹이 슬어버린 말들을 입에 우겨넣고는 다시

허기를 달래보는 것이었다.


20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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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미로

거울미로를 헤매다 너를 보았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았지. 나의 붉은 색은 너의 푸른 색이었어. 나의 불꽃은 너에겐 조각난 얼음. 나의 피는 너에겐 깨져버린 잉크병. 우리의 눈은 가끔 마주쳤고, 우린 서로 다른 침묵을 말했어. 거울미로를 헤매다 가끔 문을 발견해. 나는 출구로 착각하고 문을 열어. 그러면 너의 방은 닫히고 말았어. 어디선가 주저앉아 울고 있는 소녀의 말소리가 들려왔어. 띄엄띄엄 말해진 단어들은 글자로 낱낱이 부서져 미로를 떠돌아. 나는 글자를 주워모아 단어를 만들어보곤 했어. 그럴듯하게 맞춰놓은 단어를 가방에 넣고 나는 만족한듯 다시 미로를 헤맸지. 언젠가 우리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그 단어들을 꺼내 너에게 보여주었어. 우린 서로 다른 미소를 지었어. 언젠가 네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어. 우린 서로 다른 환상 속에서 서로를 보았어. 눈이 다시 마주쳤을 때, 너는 나에게 침묵을 속삭여주고 떠났어.


20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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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나, 꽤 오랫동안 멈춰 서있었어요. 당신이 나한테 그래주었던 것처럼.


---

내가 쓰고도 참 재밌는 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 문장은 약간 장난스럽게, 뒷 문장은 진지하게 말하듯 읽어주길 바람.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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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그 길, 무슨 그리움을 흘리고 다녔기에 나는 서성이며 주워담을 수 없는 시간을 바라만 보고 있나.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을 이름처럼, 연필로 쓴 내 못난 글씨들만이 그곳에 두고온 한 줌 숨 속에 잠들었네.


20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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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경, 맥도날드에서 더블쿼터파운더치즈버거를 첫 끼로 먹고 역으로 돌아오는데 바지에 청셔츠 밑단을 넣은 흔한_남자_대학생의_옷차림을 한 남자가 한 손에 붉은 장미를 든 채 고개를 팔에 파묻고 앉아 있었다. 그의 귀 부근이 붉어져 오는 것으로 보아 취했거나 울고 있는 것일 텐데, 그가 다른 한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시도하고 있었으며, 또한 장미꽃을 들고 술을 마시는 사람을 생각할 수 없음을 고려할 때 그는 정황상 아마 연애의 위기상황에 놓여 있었을 것이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그 곁을 그저 지나칠 수밖에 없었는데, 왠지 방에 돌아와서도 생각이 난다. 그를 위한 시.


Love you not somebody, you mourner,

For sorrow can only yourself miserable make,

As the blurred sight of your leaving lover

Is going to force your whole being to quake.

All that please your eyes and ears and your heart

Are like heavy debt originally borrowed joyce,

That for one day will be taken back apart,

Mocking your imprudent and whimsical choice.

Time, it is to our life just and fair a judge;

As sometimes gives us joy then takes it back.

Thus no pleasure is eternal to the edge,

But once you seek it then you feel unfulfilled lack.

It is wise to be out of this furious wave,

For it is boundless torment without brave.


20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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