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1학기 서양철학의이해 9차 보고서: 사회(Society)

J. M. Bochenski, PHILOSOPHY: An Introduction

 

I. 주제: 사회

철학자가 사회에 대해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사회의 실재에 관한 것이다. 어떤 것이 사회 속에서 실재하여 어느 정도로 그러한가? 인간의 존엄성이나 자유, 혹은 사회적 행동의 목적과 같은 문제는 이로부터 도출될 수 있는 것들이다.

개인에게 사회는 먼저 외적인 강제력으로 현상한다. 즉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그대로 행동할 수 없으며, 어떤 지배적인 방식fashion에 따라 행동하게 되어 있고, 또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 가장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라고 이러한 강제력은 반드시 존재한다. 둘째로 사회는 내적인 영역에까지 작용한다. 사회는 우리의 사유와 느낌을 결정하며 나아가 정신적 삶까지 규정하기까지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전적으로 사회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회의 실체를 관찰할 수 없다. 우리가 보는 것은 오로지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개개인뿐이다. 가족 역시 어머니, 아버지, 자식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독일 민족도 마찬가지이다. 사회는 우리에게 실재적인 힘으로 다가옴에도, 개인을 떠난 어떤 실체로서의 사회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서 사회란 오로지 개인의 합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등장한다. , 사회라는 것은 실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이름에 불과하며, 실존하는 것은 개인들이다. 또 사회의 힘이란, 힘을 행사하는 개인에서 비롯된 환상이거나 개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은 비실재적인 것이 되며 사회는 단순한 개인의 합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이런 입장은 실재한 것이 모두 구체적인 실체를 가진 것이어야만 한다는 점을 전제한다. 그러나 이런 관점은 우리의 실제적 삶과는 유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 사회는 개인에 대해 어떤 힘과 권리를 갖는데, 비실재적인 것이 실재하는 것에 대해 권리를 갖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사회를 실재적인 것으로 상정하는 논의가 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존재론적으로 볼 때 이런 주장은 두 부류가 있다. 첫째, 개인주의와 같이 실체를 가진 것만이 실재한다는 점을 전제하지만, 실체를 개인이 아닌 사회에서 찾는 주장이 있다. 즉 개인은 완전한 실재성을 갖지 않으며, 오로지 사회의 부분으로서만 실재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주장은 관계만이 실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개인은 그들이 속한 관계 안에서만 참되게 존재한다. 이는 헤겔이 말한 바, “참된 것은 전체이다.” 이에 따르면 개인은 사회의 변증법적 계기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 역시 중대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개인의 권리는 어디에 근거를 두는가에 관한 것이다. 사회만이 참된 실재이고, 개인은 사회에 의해 그리고 사회를 위해 존재한다면 개인은 사회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철학적 이율배반이 발생한다. 참된 실재는 오로지 개인인 것인가 아니면 사회인 것인가? 둘 중 어느 하나를 고르더라도 그것은 다른 하나를 희생시킴으로써 현실과 멀어질 수 있다. 그러나 상식적인 지성은 둘 모두를 인정한다. 개인은 그의 고유한 권리를 가지며, 또한 사회에 대한 의무도 갖기 때문이다. 철학적으로 이런 입장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의를 통해 정당화될 수 있다. 그는 개별적 실체가 실재하면서 그것들의 관계 역시 실재한다고 말한다. 관계라는 것은 실체에 붙어 있는것으로서 실체도 아니고 사물도 아니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첫째 사회 안에서 완전한 실체를 갖는 것은 개인이다. 하지만 둘째로, 사회가 개인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공동의 목적을 향한 개인들의 관계 역시 실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방법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다. 개인들 간의 관계는 사물처럼 실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안에 그 근거를 갖는다. 그 근거란 개인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공동의 목적, 말하자면 공동선이다. 이에 따르면 개인이야말로 모든 사회적 행동의 최종 목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목적은 오로지 사회의 실재를 인정했을 때에만 성립한다. 사회적 의무 역시 실재하는 것이며, 그것은 개인의 복지를 위해서 수단으로 존재할 뿐이다.

 

II. 헤겔의 전체와 개체

근대 사회계약 이론 이후로 사람들은 개인을 절대적이고 자유로운 주체로 보기 시작하였다. 이는 타자의 자유와는 상충하는 것으로, 결과적으로는 공동체의 삶과 질서와는 모순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다. 따라서 국가의 제도와 법은 개인의 무한한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서 부정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는데, 이에 따라 국가는 개인의 자유에 봉사하는 도구적 의미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 주체성은 개별자의 주관적 관점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주관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있다. 헤겔은 그리스 폴리스에서 얻은 인륜성에 대한 통찰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스 폴리스에서는 개인과 사회가 분리되어 생각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개별과 보편이 충돌하지 않았다. 그러나 헤겔은 이러한 직접적 통일, 이미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고 그 전제 위에 성립한 근대사회에서는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헤겔은 대신 인륜성의 이념을 매개적으로 통일하고자 하였으며, 그가 제시하는 철학적 개념으로서의 국가는 이런 인륜성이 최고 단계로 실현된 것으로서 개별과 보편이 매개적으로 통일된 공동체이다. 여기에서 국가는 특수성이 배제된 추상적 보편도 아니고 보편을 사상시킨 특수한 것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개념적으로 보자면, 헤겔은 개별과 보편이 특수를 통해 매개된다고 보았다. 개별이란, 존재자들의 존재 단위로써, 하나로서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편은 개별적인 것을 공통적으로 묶은 것으로, 개별적인 것에 구현된다. 이 때, 이 둘을 매개하는 것이 특수성이다. 특수는 개별자가 보편으로서 존재하기 위해 각각의 국면마다 활동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개별적인 각각의 밤나무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고 서로 다른 과정의 국면에 속해 있다. 그러나 이 서로 다른 개별적 밤나무들은 밤나무라는 보편적 형상을 구현하며 활동하고 있고, 이 보편은 서로 다른 개별적 밤나무들 다시 말해 특수한 밤나무들 안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개인과 사회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라는 보편이 개별자로서의 개인을 통해 구현되는 것이며, 각각의 개별자는 특수한 주체로서 사회와 모순되지 않고 활동한다.

이렇게 보면 보헨스키는 헤겔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 그에 따르면 헤겔은 개인을 사회의 계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헤겔은 근대 시민사회의 이념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으며, 오히려 그것의 부정적인 측면을 인륜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완하고자 하였다. 헤겔에 따르면 주체성은 인륜성에 의해 근거 지워지며, ‘순수한주체성은 인륜성의 계기이다. 달리 말하면, 사회계약론에서 등장하고 정초된 주체성은 개인의 무한한 자유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즉 공동체를 이차적인 것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순수하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앞서 언급하였듯, 극단적으로는 주관주의로 흘러 스스로 파멸할 수 있다. 따라서 욕망의 체계로서의 시민사회보다 한 차원 고양된 인륜성인 국가에서 주체성은 전적으로 부정되는 것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부정되어야 한다.

이 근거는 법철학 강요265절에 드러난다. “이러한 제도들이 헌법을, 즉 전개되고 실현된 이성성을 특수자 속에서 구성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제도들은 국가의 확고한 기초이자, 국가에 대한 개인의 신뢰와 성품의 확고한 기초이며, 공적인 자유의 버팀목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제도들 속에서 특수한 자유는 실현되어 이성적으로 존재하며, 제도들 자체에 자유와 필연성의 통합이 즉자적으로 현존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마지막 문장이다. 헤겔에게 관습과 제도는 국가를 이루는 두 본질이다. 불문적 관습은 그것의 국가의 주관적 측면이고, 성문화된 제도는 객관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특수한 개별자의 자유를 보장하며, 개인은 제도를 통하여 자신의 자유를 추구할 때에만 이성적인 상태에 머무를 수 있다. 예컨대 사회계약론에서 정립된 근대적 주체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 생명과 재산을 침해하는 경지에 충분히 이를 수 있다. 이것은 비이성적이다. 왜냐하면 근대사회는 모든사람의 주체적 자유를 보편언명으로써 선언했음에도, 그 계기를 이루는 특수한 개별자가 다른 개별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논리적으로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개인과 사회에 대한 헤겔의 입장은 보헨스키가 개인주의와 전체주의의 철학적 이율배반에 대한 해답으로 제시한 두 가지 주장을 함께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 사회는 개별자의 자유를 향한 활동으로 완전히 환원되는 것도 아니고, 그것과 유리된 추상적 보편도 아니다. 그러나 이 보편은 다시 개별자의 자유를 향해 있다. 개인들이 권리를 지니는 한에서만 국가에 대한 의무도 지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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